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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A 칼럼 - 워낭소리, 그 진정한 의미는...(2011/05/25)
- 작성일2012/10/26 15:30
- 조회 663
해당 글의 작성 날짜 : 2011/05/25 10:25:47
요즘 조용히 퍼져가는 우리 사회의 영화 이야기 하나가 이슈다.
지난 주말 밤, 시네마 로비에서 가족단위로 모여드느 사람들을 보고 의아심을 가졌던 건 잠깐... 줄을 이뤄서 극장 안으로 들어선 프로는 바로 "워낭소리"였다.
다큐멘터리 필름으로는 흥행을 이루지 못했던 과거의 전력을 깨고, 200만 관객의 수를 넘어가고 있다. 인간보다 더 감정적인 40살 먹은 늙은 소의 눈물. 할망구의 타박에도 소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는 팔순 농부의 깊은 사랑.
영화 "식객"이 생각난다.
요리대회 중, 성찬은 최고의 소고기 육질을 찾아 전국의 우시장을 헤매지만 구하지 못해 좌절한다. 결국, 친동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자신의 소를 희생시키고자 했을 때....
성순이(성찬이 키우던 소의 이름)는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주기 위해 스스로 도살장으로 걸어가며, 성찬을 보고 굵은 눈물을 흘린다.
반대로 봉주는 좋은 소를 구해 강압적으로 유린시켜 고기를 얻지만 육질 속에 어혈이 뭉쳐 하등급으로 판정되어 마지막 대결에서 결국 패하고 만다.
"식객"속의 소 한마리도 진한 감동을 남겨 가슴을 저리게 했다.
어릴 때 침을 잘못 맞아, 다리가 오그라져 버린 할아버지의 평생 동반자였던 늙은 소!
팔순이 넘어 골골거리는 모으로 몸져 누워 있다가도 늙은 소의 워낭소리에 눈을 번쩍 뜨는 할아버지는 녀석이 보내는 메세지를 정학히 파악한다.
워~이, 가자
도저히, 더는 걸을 수 없을 것 같은데, 할아버지의 한 마디에 늙은 소는 천근같은 발걸음을 옮기고, 삐쩍 말라 안쓰러운 할아버지의 손길에 '워어엉~'긴 소리에 힘들게 꼬리를 흔들어 보인다.
새로 들어온 젊은 소의 여물통 횡포는, 우리사회에서도 꼭 저런 놈 있지... 싶어 화를 치밀게 한다. 논이고, 밭이고, 농약뿌리기를 철저하게 배제하는 팔순농부가 환경보호가 뭔지 알기는 할까?
단지, 잘못하여 소가 죽게 될까봐 걱정하는 마음 하나 뿐인 것을....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누워 앓는 날이 많아지자 잔소리 할머니는 더 이상 소를 키울 수 없노라 선언하고 늙은 소 팔기를 강요한다. 고집으로 버티던 할아버지가 삐쩍 마른 소를 우시장에 내 놓았던 것은 소를 거두어 잘 먹일 수 있는 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함이었다. 이 상태로는 고기값 육십만원도 못 건진다고 타박을 주는 소장수에게 오백만원 아니면 안 팔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볼품없는 소를 붙들고 큰소리치는 할아버지의 심사는, 팔지 않겠다는 의지였던 것이다.
바로 내 분신, 나의 다리, 내 가족이라는 무언의 항변이었다.
그렇게 늙은 소는 농부와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들은 쉴새 없이 집안일과 밭일을 해대고, 그리고 쇠잔하여 자리에 눕는더. 도저히 회생이 될것 같지 않은 소의 자리보존은 불을 지펴 쇠죽을 끓이며 눈물을 훔치게 한다. 마지막일지 모르니 많이 먹으라는 할머니의 당부를 뒤로, 할아버지는 코뚜레를 풀어주고 목에 걸려있던 워낭을 끊어낸다.
투박한 손으로 흔들어 보는, 마흔 살 녀석의 워낭소리... 띨그렁..띵그렁...띵..띵..띵..띵..그..러..어..엉..
올 겨울 따시게 지내라고 이리 마이 나무를 해 놨노. 화면가득 나무 장작더미이다.
좋은데로 가거래이.
구박 많던 할머니의 촉촉한 소리에 녀석은 숨줄을 놓는다.
허망히 먼 하늘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퀭한 모습에, 순간 눈앞이 흐려진다.
눈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긴 울을소리와 워낭만이 자신의 메세지를 대신해 주었던 긴 세월. 우리 인간사회에서도 이루어 질 수 있는 감정의 교감이 아닐까....
모두들 말한다. "워낭소리"는 우리의 이야기 입니다. 내 가족의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 입니다.
아직도 들리는 가슴속의 그 소리
띵그렁.띵그렁..띵그렁...
황의숙(수필가/(사)한국여성지도자연합 수원시지회장/수원문인협회회원)